AI 시대에 살아남는 크리에이터의 조건
특이점의 시대에서 생존하는,
즉 돈벌이를 하는 창작자들은 이런 사람들이 될 것이다.
뭐라고 표현해야 이 시대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AI는 인터넷이 아니라 전기의 도입과 같은 수준의 충격이다. 이전의 상식과 법칙이 통하지 않는 시기를 '특이점'이라 칭한다. 기존의 생태계를 바꿔버리는 특이점. 시대의 혁신인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더 이상 '업'의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 되었다. 기획과 창작을 모두 클릭과 타이핑 몇 번이면 AI가 해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작곡가 한 분을 만났다.
'수빈 님 요즘 AI 이야기를 많이 하시던데, 사실 얼마 전까지 우울에 빠져있었다'라며 고백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작곡에 쏟아부었는데 이제는 suno라는 ai 툴만 다룰 줄 알면 누구나 그럴듯한 노래를 만들 수 있으니, 가장 크게 덮친 감정은 '억울함'이더랬다.
우울한 마음을 쏟아내듯 AI에게 '앞으로 나는 AI에게 대체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친절한 생성형 AI는 '아니에요. 당신은 누구에게도 대체될 수 없어요'라는 꽤나 논리적인 위로로 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로를 받는 순간 한 번 더 AI의 감정적 설득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노트북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GPT와의 대화가 정신과학적으로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으니, 얼마든지 털어놓는 것은 찬성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주제에서는 AI에게 위로당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GPT는 '상대 동조'가 첫 번째 원칙이다. 뭐든 맞장구를 친다는 말이다.
나는 말했다.
작곡가님의 역할은 이제 노래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좋은 노래를 알아보고 연결해 주는 감각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말해, 지금 AI에게 질문해야 할 것은,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것 같은 도배를 배울까?' 가 아니다. 나라면, '나의 20년 차 감각을 활용하여 AI와 현명하게 협업하는 방식을 의논해 보자'라고 말문을 열 것이다.
아무리 고도화된 AI라고 하더라도, 첫 번째 사고는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 사람이 텍스트를 입력하지 않으면 AI는 반응하지 않는다.
AI를 제대로 쓰고 싶다면 기억하라.
감정 위로가 아닌 상황 정립,
미션 지시가 아닌 전략 협력을 해야 한다.
AI와 유머를 연구하는 만화가, 밥 맨코프는 AI를 넘어선 AGI(입력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아직은 세상에 없다.)가 나와도, 고유한 유머감각을 갖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머라 함은, 인간의 취약함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슬픔과 상처, 연민 등이 유머의 핵심 재료다. 그러니 풍자와 해악이 오해 없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공통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가 '유머'라는 단어를 표현의 중심에 둔 이유는 가장 인간다운 요소이기 때문 아닐까.
'예술가는 모두 대체되는가?‘
’창작가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건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쓰느냐이다.
AI와 협업한 작품이 인간 혼자서 창작한 것보다 훨씬 깊은 감화를 일으킨다면, 과연 무엇이 더 좋은 작품인가. 앞으로 크리에이터의 가치는 창작물 그 자체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AI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본질적 요소를 인지해야 한다.
바로,
경험, 취향, 관점이다.
이 세 가지를 통칭하는 단어가 무엇인가? 바로 '태도'이다.
고유한 철학으로부터 대체되지 않는 어떠한 태도의 일관성이 만들어진다. AI와 함께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아무리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AI가 나온다 한들, 이 세 가지를 가질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
기계에게는 '생'이 없기 때문이다.
밥 맨코프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대해질 수 있다.'는 말을 더했다.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자기만의'이다. AI를 활용해서 모두가 일정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거란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시 계급이 발생할 정도의 격차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